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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로 떠난 주말 해장여행(2)- Sigur Ros @ Red Rocks Amphitheater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안고 처음 가 본 도시를 운전해 다니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 한참을 헤매다가 공연장인 Red Rocks Amphitheater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니 시간은 여섯시 반을 훌쩍 넘겼고 해는 벌써 지구의 반대편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지 오래였다. 이래저래서 신경이 날카로와지는 운전길이었다. 오프닝 밴드를 놓치는 건 사실 악기 설치하는데 혼자 말도 없이 기다리는게 귀찮아서라도 빼먹기 일쑤였던지라 별 걱정이 없었지만, 혹시라도 본 공연을 놓치는 상황에 나 자신을 던져넣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Heima에서 처럼 Takk... 으로 시작하거나, 아예 더 운이 좋아서 Glósóli- Með Blóðnasir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곡들로 공연을 시작한다면 더더욱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으므로 나는 낯선 고속도로에서 과속 직전까지 차를 몰아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실 Heima를 너무나도 감명 깊게 보기는 했지만, 이들의 곡 모두가 정말 좋다고 생각되는 않았다. 디비디를 본 이후 증폭된 이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나는 지금까지 나온 앨범들을 모두 사게 되었지만 곡들의 반 정도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어떻게든 공연을 꼭 한 번, 바로 지금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을때 보아야 겠다는 오기나 집념과 같은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디비디에서 본 이들의 모습과 음악이 너무나도 진심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면 다른 밴드는 진심으로 음악 안 하냐? 라고 분명히 누군가 반문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거의 누구나 다 진심으로 음악을 하겠지. 그러나 얼마나 많은 밴드가 그 정도 인정-돈이나 뭐 이런 것들은 차치하더라도-받는 위치에 올라가서 그런 식의 공연을 하려고 할까?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나에게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 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음악보다도... Heima의 도입부를 보면 Takk을 첫 곡으로 디비디가 시작되는데, 처음 현악기가 뭔가를 여는 듯한 분위기의 음을 쭉 뽑아내면서 카메라는 아주 평범한 아이들 몇 명을 비추고, 베이스가 육중하게 첫 번째 음을 울릴때쯤 그 눈을 커텐이 드리워진 무대로 돌린다. 그 뒤에 멤버들이 있고 결국 내가 아주 좋아하게 된, 실제 드럼과 스크래치 등등을 적절히 섞어서 만든 루프가 깔린다. 각각의 루프는 다 조금씩 느낌이 다른데, Glosoli의 루프는 실제 드럼에 덧대어진 소리가 사람의 육중한 발걸음소리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여간 그 루프가 막 흘러나오기 시작할때 나는 오랫동안 이런 종류의 음악에 감겨 있었던 마음의 눈이 뜨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과연 그 기분을 내가 실제로 공연을 보았을 때도 느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 겪어보고 싶었다(김새지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런 루프가 섞인 곡들이 공연에선 그렇게 많이 연주되지 않았다. Takk... 도 Glósóli도 연주되지 않았고, 새 앨범의 Með suð í eyrum도 연주되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운전해서 가는 사이에 해는 져서 공연장에 도착하니 산자락에는 어둠이 깔려있었다. 이름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Red Rock Amphitheater는 붉은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Red Rocks 공원의 산자락 안에 있는 노천극장으로, 운전을 해서 어느 정도 올라간 다음 걸어서 건물 5층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면 그 위에 다시 건물 5층 높이 정도의 관중석이 있는 그런 구조였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거의 만 명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공연 가운데 하나로는 1983년 U2의 공연이 꼽히고...통과.

아무리 오프닝 밴드-이 공연에서는 Parachutes라고 이름은 들어봤으나 음악은 들어보지 못했다-를 빼 먹을 결심으로 갔다고 해도 막상 공연장 앞에 다가가서 흘러 나오는 노래소리를 듣다보면 마음이 급해지는 법... 단숨에 올라기기 벅찬 계단을 거의 뛰어올라가다시피해서 공연장 입구에 다다랐는데 SLR카메라는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단다. 왜 작은 카메라는 되고 SLR은 안 되는지 나로써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다시 뛰어내려가서 차에다가 카메라를 놓고 또 다시 뛰어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그리하여 20분 정도를 더 버리고 간신히 자리를 찾아 앉으니 오프닝 밴드의 마지막 음이 막 연주되고 있었다.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니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쉬웠다.

내가 앉은 자리는 34번째 줄, 전체에서 1/3 정도의 높이였지만 멤버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자리가 거의 한 가운데여서 다행이었다. 위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워낙 공연장이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가늘게 떨리는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그 느낌은 정말 특별했다. 언제나처럼 악기를 설치하는 시간에 혼자 앉아있으려니 지루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야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는 이런저런 악기를 잔뜩 끌어다가 펼쳐놓았음에도 뭔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현악이나 관악 세션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드디어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워낙 분위기가 그런 곡들이다보니 사람들도 일어나서 춤을 추거나 하기 보다는 앉아서 조용히 음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종종 대마초도 빨아주면서... 오른쪽에 화면이 설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공연장의 전체적인 크기를 생각해볼때는 터무니 없이 작았다. 악기는 Heima 등등에서 보았던 것처럼 키보드가 왼쪽, 드럼이 오른쪽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둘러싸고 있도록 설치 되어 있었고 악기 무대 뒷쪽으로 설치된 일곱개의 크고 작은 비닐 또는 종이 공으로 된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하면서 분위기에 변화를 주었는데, 제법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거기에다가 무대 맨 뒤의 바위벽에 공연 자체의 영상을 계속해서 틀어주었는데 그 영상이 뭔가 형체가 있다기 보다는 색색깔의 서로 다른, 그리고 변화하는 빛의 띠처럼 느껴져 나름 그들의 음악에 잘 맞는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었다. 무대로부터는 음악소리가, 공연장을 둘러싼 산봉우리들로부터는  바람소리가 빚어져서 객석에 앉아있는 나의 귀로 전해지고 있었고 눈으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늘게 떨리는 도시의 불빛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느낌은 정말 진부하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Heysatan으로 시작되어 새 앨범에 실린 최초의 영어가사 곡 All Alright까지 좋게 말하면 조용한, 나쁘게 말하면 지루한 분위기로 흘러가다가 새 앨범에 실린, 이들의 곡 치고는 정말 신나는 Vid spilum endalaust을 넘어 이 한 곡만 듣게 되어도 여기까지 공연을 보러 날아온 게 아쉽지 않다고 생각될 Hoppipolla가 연주되었는데, 직전에 연주된 곡들엔 현악, 관악이 빠져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이 곡은 정말 너무나 허전한 느낌이 가득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게 관악인데 그게 통째로 빠져 있으니 뭔가 등뼈가 없는 듯한 느낌이... 짐작하기론 쏟아지는 관악기에 균형을 맞춰주려고 들어가는게 아닌가 싶은 두 대의 베이스만 정말 조금 과장을 보태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게다가 한 대는 Hollow Body니까 더더욱...). 관악기가 없으니  바로 이어지는 Með Blóðnasir의 앙증맞은 스캣을 해줄 사람들도 없고... 해서 밴드는 스캣을 관객들에서 떠넘겼고 어떻게 불러도 수줍은 느낌밖에 나지 않는 코러스를 불러주는 사이 곡은 약간 썰렁하게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로는 조금 더 발랄하고도 격정적인 분위기로, 역시나 발랄한 새 앨범의 첫 곡 Gobbledigook(오프닝 밴드의 멤버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나와 북을 쳤다), Hafsol등등이 연주되며 공연은 끝으로 흘러갔다. 언제나 공연을 보고 나면 그렇듯이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갈때와 다른 느낌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가기는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쉬움도 좀 남았던 공연이었는데 무엇보다 음량이 많이 아쉬웠다. 멤버 네 명만 달랑 나올 때부터 그럴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언제나 공연장에 가면 듣기를 기대하는 꽉찬 듯한, 그래서 공연 끝에는 귀가 멍한 그런 크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이들의 음악에 현악, 관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볼 때 그 부분의 도움 하나 없는 소리라면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컴퓨터에 담긴 소리를 틀었어도 그럴저럭 이해해줬을텐데, 라는 마음마저 들었으니까.

어쨌든 공연은 끝났고, 나는 열 한시 조금 넘어서 호텔로 돌아와 걸어서 다니다가 아무데에나 들어가 술 마시기 좋은 다운타운을 헤매다가 어딘가에서 포도주 몇 잔을 마시며 일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가 늦게 돌아와 다음날 첫 비행기로 아틀란타에 돌아왔다.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이들의 공연을 또 보고 싶은데 다음에는 제발 아틀란타에도 와 줬으면 좋겠다. 참고로 사진은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아이폰으로 찍은 말도 안되는 몇 장 밖에 없다. 그리고 아예 처음부터 티셔츠를 사겠다는 마음으로 갔던터라 판매대에서 한참을 때웠는데, 셔츠들은 비싼 대신 보통 공연장에서 파는 중국산 Hanes가 아닌 미국에서 만든 조금 더 좋은 면에 디자인도 더 마음에 드는 것들이었다. 원래 사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 사이즈가 없다고 해서 집어 온 닭 티셔츠, 그리고 보컬  Jón Þor Birgisson 과 그의 파트너가 만든 프로젝트라는 Riceboy Sleeps(팀 버튼은 굴소년, 시규어 로스는 쌀소년?-_-;;;)의 그림책...

마지막 사진은 운 좋게 공연 끝나고 노래 목록을 받은 사람을 붙들고 찍은 사진. 영어도 아니다보니 노래와 제목을 연결하기가 가끔 버겁다.

# by wishlist | 2008/10/08 13:31 | 2008_Denver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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